오일로터리펌프와 드라이펌프의 차이는 한 가지에서 출발한다. 가스가 지나가는 길에 오일이 있느냐 없느냐다. 오일이 있으면 더 낮은 압력까지 내려가고 구조가 단순하지만 오일을 관리해야 하고, 오일이 없으면 공정이 깨끗하지만 그만큼 정밀한 부품에 의존한다. 이 글은 두 펌프의 구조 차이, 같은 급 모델의 실제 수치, 그리고 지금 쓰는 오일펌프를 드라이펌프로 바꿀지 판단하는 기준을 정리한다. 대상은 실험실과 소형 설비에서 많이 쓰는 수십 m³/h 이하의 펌프다.
차이는 오일이 가스와 만나는가에 있다

오일로터리펌프는 회전하는 로터와 베인이 가스를 가두어 압축하는 펌프이고, 그 틈을 오일이 메운다. 스마텍이 Edwards 자료(8 top tips for working with oil-sealed rotary vane pumps, https://www.edwardsvacuum.com/en-uk/vacuum-pumps/knowledge/applications/working-with-oil-sealed-rotary-vane-pumps)를 확인한 결과, 오일은 로터와 베인 사이를 밀봉하고, 베인과 스테이터 사이를 밀봉하고, 로터의 열을 바깥으로 옮기고, 금속 부품을 가스로부터 보호하는 네 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오일이 밀봉과 냉각을 함께 맡는 구조다.
대신 배기하는 가스가 오일과 직접 닿는다. 이 때문에 두 가지가 따라온다. 하나는 오일이 배기 가스와 함께 미스트로 빠져나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가스에 섞인 수분이나 용제가 오일에 녹아 들어 오일이 나빠진다는 점이다. 배기 쪽에 미스트 필터를 달아도 걸러내는 효율이 100%는 아니다.
드라이펌프는 가스가 지나는 공간에 오일을 쓰지 않는다. 소형에서 가장 흔한 드라이 스크롤펌프는 소용돌이 모양의 판 두 장이 맞물려 돌면서 가스를 가운데로 밀어 압축한다. 베어링에는 윤활제가 있지만 진공 쪽과 완전히 밀폐돼 있어, 진공 쪽이 윤활제로 오염되지 않고 베어링도 공정 가스로 오염되지 않는다.
같은 급 펌프를 수치로 비교하면

스마텍이 Edwards RV·nXDS 제품 자료(https://www.edwardsvacuum.com/en-us/vacuum-pumps/our-products/oil-rotary-vane-pumps-two-stage/rv)의 기술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용량이 비슷한 두 모델의 수치는 다음과 같다.
- —배기속도: 오일로터리 RV12는 12 m³/h(50 Hz 기준), 드라이 스크롤 nXDS15i는 15.1 m³/h
- —도달압력: RV12는 2.0×10⁻³ mbar, nXDS15i는 7×10⁻³ mbar
- —수증기 처리량: RV12는 가스 발라스트를 2단으로 열었을 때 최대 290 g/h, nXDS15i는 최대 240 g/h
읽는 방법은 이렇다. 도달압력은 오일로터리펌프가 더 낮다. 더 깊은 진공이 필요한 용도에서는 이 차이가 의미가 있다. 반면 수증기 처리량은 두 펌프가 비슷한 수준이다. "드라이펌프는 수분에 약하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며, 두 펌프 모두 가스 발라스트를 갖추고 있다. 수치는 모델마다 다르므로 실제 선정에서는 해당 모델의 자료를 따로 확인한다.
관리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

오일로터리펌프의 관리는 오일이 중심이다. 오일 양과 색을 보고, 오염되면 교환하고, 배기 쪽 미스트 필터를 관리하고, 폐오일을 처리해야 한다. 오일이 나빠지면 도달압력도 함께 나빠지므로, 오일 상태가 곧 펌프 성능이다. 오일 미스트 필터를 고르는 기준은 미스트필터 선택 기준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대신 구조가 단순해 정비하기 쉽고, 구입 가격도 대체로 드라이펌프보다 낮다.
펌프가 진공 상태에서 갑자기 멈추면 오일이 장비 쪽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오일펌프에서만 생기는 일이다. RV 시리즈는 정지 후 0.4초 안에 흡입 밸브가 닫혀 이를 막는다. 오일 증기가 장비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백스트리밍의 원리와 방지 방법 글에서 다뤘다.
드라이펌프는 오일을 보충하거나 교환하거나 버릴 일이 없다. 그렇다고 정비가 없는 펌프는 아니다. 스크롤펌프는 팁씰과 베어링이 교체 부품이다. nXDS는 정비 주기가 최대 5년으로 안내돼 있지만, 이 기간은 사용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분진이 들어오는 공정이라면 흡입 쪽 필터를 함께 검토한다.
언제 드라이펌프로 바꿔야 할까

지금 쓰는 오일로터리펌프에 아래 네 가지 가운데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교체를 검토할 만하다.
- 오일이 공정이나 제품에 닿으면 안 될 때. 코팅, 반도체 공정처럼 미량의 오일도 불량으로 이어지는 장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트랩으로 줄일 수는 있어도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 오일 교환 주기가 계속 짧아질 때. 수분이나 용제가 오일에 녹아 들어 금방 탁해지는 공정이라면, 오일 값과 교환 시간, 그때마다 멈추는 시간을 합쳐서 비교해야 한다.
- 배기 오일 미스트나 폐오일을 처리하기 어려운 곳일 때. 클린룸, 환기가 어려운 실험실, 폐유 처리 절차가 까다로운 사업장이 그렇다.
- 펌프를 살펴볼 사람이 없을 때. 오일펌프는 누군가 오일 상태를 주기적으로 봐야 한다. 드라이펌프도 점검은 필요하지만 손이 가는 횟수가 적다.
오일로터리펌프를 계속 쓰는 편이 나은 경우
반대로 다음에 해당하면 오일로터리펌프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더 낮은 도달압력이 필요할 때. 위 비교처럼 같은 급에서는 오일로터리펌프가 더 낮은 압력까지 내려간다.
- —수분이 많은 일반 용도일 때. 동결건조, 추출, 여과, 겔 건조 같은 용도는 가스 발라스트에 오일 리턴 부속과 미스트 필터를 더한 오일로터리펌프가 오래 써 온 영역이다.
- —오일 관리가 이미 자리 잡혀 있고 문제가 없을 때. GC 같은 분석 장비는 오일로터리펌프가 지금도 널리 쓰이며, 역류 방지 장치와 미스트 필터로 충분히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없는 펌프를 드라이라는 이유만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 —초기 비용이 우선일 때. 다만 오일, 필터, 폐유 처리, 정지 시간까지 더한 몇 년 치 비용으로 비교해야 공정한 비교가 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산소 농도가 21%를 넘는 가스를 배기하는 오일펌프는 일반 광유가 아니라 PFPE 오일을 써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오일 값과 관리 부담이 커지므로 드라이펌프 쪽이 유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용량이 큰 설비라면
스크롤펌프는 소형 영역의 펌프다. nXDS는 6~22 m³/h 범위이고, 그보다 큰 산업 설비의 드라이펌프는 GXS 같은 드라이 스크류펌프가 맡는다. 이 펌프는 기어 쪽에 윤활유가 있지만 비접촉 축 씰과 씰 퍼지로 가스가 지나는 쪽과 분리한다. 대신 냉각수와 퍼지 가스 같은 유틸리티가 필요하므로, 대형 설비의 교체는 펌프 값만이 아니라 설치 조건까지 함께 봐야 한다.
지금 쓰시는 오일펌프를 바꿀지 고민이라면 세 가지를 먼저 적어 보는 것이 좋다. 배기하는 가스와 증기의 종류, 필요한 도달압력,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오일을 몇 번 교환했는지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유지할지 바꿀지가 대부분 드러난다. 현재 모델명과 이 세 가지를 알려주시면 같은 급의 드라이 모델과 나란히 비교해 드립니다.
오일로터리펌프(RV·E2M)와 드라이펌프(nXDS·XDS·GXS) 모델 비교, 기존 펌프 교체 상담 가능.